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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 정보 및 리뷰 - 호기롭던 독립운동가 박열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feat. 관동대지진)

by 매일희로움 2023.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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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심심이입니다. 며칠 전 9월 1일 일본 도쿄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관동대지진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는데요, 역사상 최악의 재해로 꼽히는 관동대지진은 일본 도쿄 관동 일대에 규모 7.9의 대지진이 일어나 당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실종되었던 사건이었죠.

 

하지만 관동대지진 당시 재난의 혼란 속에 계엄령이 시행되었고 사회 불안 속에서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근거 없는 낭설로 재일조선인 수천 명이 억울하게 일본의 군대와 경찰 그리고 자경단에 의해 학살되었지만, 이러한 공식 행사에선 여전히 외면받고 있으며 '학살'이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이러한 상황이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이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 관련된 실화 영화 '박열'(Anarchist from Colony, 2017)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해요.

 

천만관객 영화 <왕의 남자>부터 시작해 <타짜>, <사도>, <동주> 등 다수의 흥행작들을 만든 이준익 감독이 연출을 맡아준 이번 영화 <박열>은, 매 작품 역할에 충실한 배우 이제훈이 주인공 '박열' 역을 맡아 배역과의 일체감을 드러내 주었고 박열의 연인 '후미코' 역의 최희서의 배우로서의 발견이 두드러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 외에도 많은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영화의 몰입감을 많이 높여주었던 것 같아요.  

 

영화 <박열>은 대일항쟁기 때 일본에서 활동한 무정부주의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박열과 그의 동지 겸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가 재판으로 항일 투쟁을 벌인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에요. [ 스포有, 결말 포함 ]

 

영화 '박열'

 

감독 이준익

배우 이제훈(박열 역)

        최희서(후미코 역)

        김민우(미즈노 역)

        야마노우치 타스쿠(후세 역)

        요코우치 히로키(후지시타 역)

        김수진(마키노 역)

        김준한(다테마스 역)

        권  율(이석 역)

        민진웅(홍진유 역)

        백수장(최영환 역)

        한건태(가즈오 역)

        정준원(김중한 역)

        윤  슬(하쓰요 역) 외

 

개봉 2017.06.28.

평점 8.48

관객수 235만 명

장르 드라마 / 모험 / 멜로 / 로맨스

국가 대한민국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수상내역

2018 : 38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최우수 여우주연상) / 23회 춘사국제영화제(신인여우상) / 54회 백상예술대상(영화 여자신인연기상)

2017 : 18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신인여우상) / 17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올해의 새로운 여자배우상, 올해의 특별언급) / 38회 청룡영화상(신인여우상) / 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각본상, 신인여우상, 영평 10선) / 1회 더 서울어워즈(영화 대상, 영화 여우신인상) / 54회 대종상 영화제(감독상, 여우주연상, 신인여자배우상, 의상상, 미술상) / 26회 부일영화상(신인 여자 연기상, 각본상)


주인공 '박열'(이제훈 배우)은 고교시절 3.1 운동에 가담했다가 퇴학을 당한 후 일본으로 넘어가 인력거꾼 등 여러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유학을 하였는데, 그는 흑우회를 조직하면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로 낮에는 노동을 했고 밤에는 평등사회를 위해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 활동을 하며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였죠.

 

당시 불온하고 불량한 조선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불령선인'(不逞鮮人)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자기네 말을 수긍하지 않는 조선인을 이르는 말이었는데, 대표적인 불령선인 박열은 그들에게 저항하기 위하여 1923년 4월에 일본 내 독립운동단체인 '불령사'(不逞社)를 조직하여 활동하였어요. 이들은 직접 폭탄을 제조하거나 수입을 시도하기도 하였죠.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 이후, 일본에 큰 피해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지자 일본 내각 관료들은 수습 방책으로 계엄령을 내리고 희생양을 만들어 내기로 해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여기저기 방화를 저지르고 다닌다"는 괴소문을 퍼트려 6천여 명의 무고한 조선인들이 마구잡이로 학살되었고 이 사건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일본내각은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 청년 '박열'을 대역사건의 배후로 지목했어요. 

 

일제는 군대와 경찰, 자경대를 동원하여 6천여 명의 조선인을 학살 후 요주의 한인들에 대한 검속을 시작했으며 수많은 조선인들이 '불령선인'으로 연행되었고 이때 검속된 조선인 중에 박열도 포함되었죠. 그의 연인이자 동거인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배우)와 불령사 회원들도 연이어 연행되었으며, 이것은 체포한 조선인 중 하나를 조선의 영웅이자 일본의 대역죄인으로 조작하고 이슈화시켜 사건을 덮어버리려는 심산이었어요. "조선인에게는 영웅우리한테 원수로 적당한 놈을 찾아"

 

일본의 계락을 눈치챈 박열은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와 함께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하고 적극적으로 취조에 협조하기도 했어요.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걸 눈치챈 박열은 피할 수 없기에 이를 이용하려던 거였죠. "그들이 원하는 영웅이 되어줘야지"

 

박열과 후미코는 전대미문의 조작된 대역사건으로 기소되었음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맞서며 일제 식민통치의 부당성과 일본 천황제의 허구성을 낱낱이 폭로하는 재판 전술을 구사하여 일제를 당혹게 만들었어요.

 

심지어 박열은 재판에 앞서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하기도 하였죠.

 

첫째, 재판관은 일본의 천황을 대표하는 것이므로 나는 조선 민족을 대표하여 법정에 서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재판관이 법복을 입고 법정에 나온 이상 나도 법정에서 조선의 예복을 입게 할 것 

둘째, 일본이 조선을 강탈한 강도 행위를 규탄하기 위하여 법정에 서는 것이므로 나의 이런 취지를 알리는 선언문을 낭독하게 할 것

셋째, 나는 조선말을 쓰겠으니 통역관을 세울 것

넷째, 내가 앉을자리의 높이를 재판관의 자리와 같게 할 것

 

사실 이것들은 도저히 죄인의 요구사항으로 볼 수 없는 당당한 요구조건들이었어요. 일본 사법부는 대역죄인에게 재판거부를 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요구사항 중 2가지를 수용했고 재판장에 선 박열은 조선의 관복을, 후미코는 조선의 치마저고리를 입고 나왔죠.

 

마지막으로 박열과 후미코는 자신들의 재판결과가 당연히 '사형'임을 예견하고 미리 혼인신고서를 제출해요.

 

판사 :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이에 박열은 자리를 떠나는 재판장에게 한마디 하였죠.

박열 : "내 육체는 자네들 마음대로 죽일 수 있겠지만 내 정신은 어찌할 수 있겠는가"

 

이때 후미코는 "만세"를 외쳤어요. 일본 정부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조선인 폭동을 우려해 사형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하였죠.

 

일본은 후미코에게 회유목적으로 형을 줄이는 은사령을 내렸지만 그녀는 문서를 찢어버리는 방식으로 저항했고, 1926년 7월 옥중에서 자살했지만 타살 의혹이 있는 의문의 죽음을 당했어요.

 

22년 2개월을 복역하고 석방된 박열은 해방 후 일본에 있던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의 유해를 발굴하여 서울 효창공원에 안장토록 하였고 후미코는 박열의 바람대로 1931년 경북 문경에 묻혔죠.

 

박열은 6.25 전쟁 도중에 북한으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정황상 타의에 의해 끌려간 것으로 유추되고 있으며, 북한에 간 뒤로 휴전 뒤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에서 활동하다가 1974년 평양에서 71세의 나이로 사망했어요.



 

"그들이 원하는 영웅이 돼 주어야지" 열혈 독립운동가 '박열'

1902년 3월 12일 경상북도 문경의 가난한 농가에서 3남 1녀의 막내로 태어난 박열은 5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넉넉지 않은 환경의 어린 시절을 거쳐왔죠.

 

박열은 8살의 나이에 부모가 지어준 호적상의 이름을 거부하고 직접 자신의 이름을 '박열'로 정하였는데, 이는 결심한 것은 이루고야 말겠다는 포부가 담겨있었어요. 실제로 그는 어릴 때부터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열혈 소년이었다고 해요.

 

1919년 3월 1일, 고등학생 때 '3.1 만세 운동'에 참여했던 박열은 일본 경찰의 표적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되고 3.1 운동에 참여했던 조선인들이 일본 경찰에 잔인한 고문과 탄압을 받았다는 소식에 분노하며 더 이상 조선에서는 독립운동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죠.

 

그렇게 혼자 일본 도쿄로 건너가 노동과 허드렛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가며 독립운동에 대한 의지를 꺽지 않고 무정부주의자들의 모임인 흑도회와 불령사를 조직하여 독립운동에 앞장섰어요.

 

"일본에서 가장 버릇없는 피고인이 될 거야" 누구보다 뜨겁고 진실된 박열의 영원한 동반자 '가네코 후미코'

1922년 박열은 일본에서 운명적인 인연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박열의 연인이자 동지가 되는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였어요. 1903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는 바람나서 집을 나가버렸고 엄마는 더 많은 남자들과 바람을 피우는 등 부모가 양육을 거부하면서 출생신고도 되지 않아 무적자로 살게 되었죠. 

 

그러다 9세 때 충북에 있는 고모집에 들어가 온갖 학대를 받으며 7년여 동안 조선에서 살게 되었어요. 이때 후미코는 할머니에게 학대를 받았고 때마침 3.1 운동으로 고향인 일본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막노동 등 힘겹게 살아가던 중, 박열이 쓴 시 '개새끼'를 읽고 거침없이 할 말을 다하는 그의 매력에 빠졌고 그렇게 처음 본 박열에게 동거를 제안했죠. 

 

또한 결정적으로 후미코 역시 박열과 같은 사상을 지닌 아나키스트이자 열정적인 행동파라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그렇게 박열과 후미코는 항일독립운동을 함께하는 동지로도 활동하게 되었죠.

 

후미코는 박열의 성을 따라 본인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호명한 '박문자'로 개명했으며 "조선에 박열 같은 투사가 30명만 있다면 조선 독립은 당장 이룰 뿐 아니라 조선 민족은 정말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증언할 만큼 박열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어요.

 

이렇듯 실화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드라마틱했던 두 인물 '박열'과 '후미코'의 삶을 담아낸 영화 <박열>은, 당시 불꽃처럼 거침없이 살아가던 젊은이들의 일상에 주목하였죠.

 

독립운동에 앞장선 인물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젊은 청춘들이었으며 박열과 후미코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그렇게 그들은 패기와 신념으로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며 행동으로 옮긴 인물들이었죠. 

 

"조선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 대역이라면 얼마든지 대역 죄인이 되겠습니다"

 

억울하기 그지없는 조선인 대학살사건일본은 은폐하려 했지만 호기로운 청년 박열은 국제사회의 조사를 받고 진상을 철저히 밝히라고 하였죠.

 

"사람들 사이에서 서서히 잊히게 하기 위해 무기징역을 받게 했다"던 일본인 검사를 향해 "그렇다면 오래 살아남아서 처절하게 하나씩 갚아주겠다"라고 받아친 박열의 그러한 정신은, 부조리하고 부당한 권력이 판치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힌트를 던져 주었던 것 같아요.

 

부모에게 버림받고 조선에서 살았던 일본인과 나라 잃은 슬픔을 가슴에 안고 자신을 스스로 '개새끼'라 칭하며 독립을 꿈꾼 한국인, 그동안 외면했거나 잊어왔던 이러한 보통 사람들의 위대함은 우리에게 두근거리는 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였죠.

 

「이미지 :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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