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심심이입니다. 오늘은 영화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해요.
우리는 보통 '멜랑콜리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떠오르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이 들기도 해요.
'멜랑콜리아'는 그리스어의 멜랑(Melan, 검다)과 콜레(Chole, 담즙)의 합성어로, 체액 중 흑담즙이 많아지는 흑담즙병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죠.
이러한 제목의 영화 '멜랑콜리아'는 BBC에서 선정한 21세기 100대 영화 중 하나로, 우울증과 멜랑콜리아라는 행성에 의한 지구 종말을 다룬 작품이에요.
[ 스포有, 결말 미포함 ]
감독 라스 폰 트리에
배우 커스틴 던스트(저스틴 역)
샤를로뜨 갱스부르(클레어 역)
키퍼 서덜랜드(존 역)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마이클 역)
스텔란 스카스가드(잭 역) 외
개봉 2012.05.17.
평점 8.50
관객수 1.9만 명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SF, 미스터리, 판타지
국가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러닝타임 136분
배급 (주)팝엔터테인먼트
「 1부 - 저스틴 」
예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신부 '저스틴'(커스틴 던스트 배우)과, 그 옆에 다정한 신랑 '마이클'(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배우)이 함께 리무진을 타고 험난한 길을 이동하고 있어요.
잠시 후 그들은 예식이 열리는 18홀 골프장이 딸린 대저택에 도착해요.
2시간이나 지나서 도착한 그들을 맞이한 건 친언니 '클레어'(샤를로뜨 갱스부르 배우)와 형부인 '존'(키퍼 서덜랜드 배우)이었죠. 사실 예식이 열린 곳은 친언니와 형부가 살고 있는 집이기도 해요.
왜 이리 늦었냐며 핀잔을 주는 언니와 인사를 나눈 저스틴은, 늦었음에도 서두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말을 보러 갔다가 입장하죠.
결혼식에 온 저스틴의 회사 상사인 '잭'(스텔란 스카스가드 배우)은 그녀를 만나자마자 일 얘기를 꺼내며 승진시켜주겠다고 해요.
그리고는 그녀의 후임이라며 소개해준 '팀'(브래디 코베 배우)은, 잭이 시킨 대로 결혼식 내내 그녀를 쫓아다니며 광고 카피 문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재촉하죠.
저스틴의 아빠인 '덱스터'(존 허트 배우)는 딸 결혼식에 자신의 내연녀를 2명이나 데려 온 것도 모자라, 축사를 한답시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본부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아요.
이에 질세라 엄마 '가비'(샬롯 램플링 배우)는 이왕 한 결혼을 즐기라고 하면서도 결혼제도가 맘에 안 든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죠.
이내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 주인공 저스틴을 본 클레어는 그녀를 따로 불러내 결혼식을 끝까지 잘 마치자고 얘기해요.
하지만 그녀는 식장을 빠져나와 골프장 한가운데서 소변을 보기도 하는 등 돌출 행동을 하죠. 그리곤 자신이 조카를 재우러 가겠다며 또다시 식장을 나와 같이 잠들기도 해요.
저스틴을 찾으러 간 클레어가 그녀에게 대체 왜 그러냐고 따져 묻지만, 그녀는 자신의 우울하고 힘든 감정을 토로할 뿐이죠.
하지만 클레어는 저스틴의 그러한 감정은 애써 무시한 채 신랑 마이클에게 말하지 말라며 당부할 뿐이에요.
그리고 하객들이 기다리고 있는 케이크 커팅식에 신부가 나타나지 않자, 형부인 존이 찾으러 갔고 그녀는 문을 잠근 채 욕조에 몸을 담고 있었죠.
한참 있다 나온 저스틴에게 형부는 '분명 행복한 것이 맞는지' 물었고 저스틴은 '당연히 행복해야 한다'라고 대답해요.
그러자 형부는 보통 사람들은 만져보지도 못할 엄청난 액수의 예식비용이 들었으니 '무조건 행복하라'라고 말하죠.
그리고 남편과의 첫날밤은 거부한 채 잠깐만 시간을 달라며 밖으로 나간 저스틴은, 결혼식 내내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던 회사 후임과 다짜고짜 불륜행각을 저지르는 이상행동을 보여요.
그 후 상사인 잭에게 당신과 회사를 미치도록 증오하며 비열하고 권력에 눈먼 옹졸한 인간이라는 발언을 했고, 그 자리에서 바로 해고당하죠.
짐을 싸들고 나온 남편 마이클은 저스틴에게 이별을 고하고 부모님과 함께 떠나며 결혼은 결국 파탄이 나고야 말아요.
「 2부 - 클레어 」
멜랑콜리아라는 행성과의 충돌로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이슈때문에, 클레어는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파혼 후 우울의 늪에 빠져 심각한 불안 상태에 놓인 동생 저스틴에게 걸려 온 전화에, 그녀는 택시 타는 법을 차분히 설명해주기도 하죠.
그리고 행성에 대해 자꾸 인터넷 검색을 하는 클레어에게 남편 존은, 과학자들의 말을 맹신하며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아내를 다독여요.
간신히 택시를 타고 언니네 집으로 온 저스틴에게 그녀가 좋아하는 미트 로프를 차려주지만, 한 입 베어 물던 그녀는 "담뱃재를 먹는 것 같다"라며 갑자기 울기 시작해요.
그런 그녀에게 멜랑콜리아 사진을 들고 찾아온 조카가 그것에 대해 얘기하자, 클레어는 이모의 불안이 더 심해지니 얘기하지 말라고 해요. 그러자 저스틴은 행성 따위 두려워할 만큼 바보는 아니라며 받아치죠.
한편 지구 멸망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클레어를 매번 안심시키던 존은, 행성이 근접할 때를 대비해 비상용품을 사 오며 저스틴에게 언니한테는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해요.
그리고 멜랑콜리아가 지구 가까이 지나가는 그날이 되었고 여태 그런 적이 없었던 집사가 말도 없이 출근하지 않았죠.
이상해하는 클레어에게 저스틴은 "마지막 날을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거겠지"라고 말했고, 그날은 다행히도 멜랑콜리아가 지구와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게 되는데요…
영화는 프롤로그와 1부 2부 두 파트로 나뉘어 전개되었고, 대략 8분 정도 되는 프롤로그의 느린 영상은 배경음악과 비현실적인 공간, 그리고 자연 현상이 더해져 예술적이고 신비로운 모습들을 보여주었죠.
1부는 우울증에 걸린 저스틴이 무기력을 넘어 자기 파괴적 행동을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고, 2부는 저스틴의 언니 '클레어'의 지구 종말로 인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다뤄주고 있었어요.
우울증을 앓던 저스틴은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 오자 달빛에서 옷을 벗고 월광욕을 하는 등 오히려 평온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지구의 종말을 두려워하고 아직 어린 아들의 생명과 미래를 걱정하는 클레어는 저스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죠.
또한 주인공 저스틴은 우울증 환자의 여러 증상들을 보여주었는데요, 저스틴은 지속적으로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며 그것들로 인한 고통으로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악화되어 가고 있었어요.
그녀가 우울증 환자들이 대표적으로 보이는 지속적인 우울감과 의욕 저하 상태임을 알 수 있었죠.
또한 저스틴의 결혼식이 다양한 이유로 삐거덕거림에도,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애써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즐겁다는 듯 춤을 추고 남편에게 애정을 표현하기도 해요.
심지어 자신의 결혼식임에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듯했고 그녀가 하는 이러한 행동들은 형식적인 표현일 뿐이었어요.
그녀는 결혼식 도중 틈날 때마다 그곳을 빠져나와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우울한 감정을 드러내며, 남편 마이클이 정원 딸린 집의 사진을 보여주고 미래를 말할 때조차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만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았죠.
자신이 행복하며 또 그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우울함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일상 대부분의 일에서 흥미와 즐거움이 현저히 감소되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어요.
그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 조차도 담뱃재를 먹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리고, 제대로 맛을 느끼지 못하는 등 식욕저하로 입맛이 없어 전혀 식사를 하지 못하는 상태이기도 했죠.
결혼식 도중 그녀는 자신의 다리가 실타래에 휘감긴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들고, 또 이를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언니 클레어에게 토로하기도 해요.
이후 우울증이 점점 더 심해진 그녀는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몸을 씻는 행위조차 도움을 받아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돼요. 그녀는 피로함, 에너지의 감소로 이러한 증상들을 보였죠.
또한 비상용품을 사 온 형부가 저스틴에게 말을 걸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언니와 함께 말을 타던 중에도 여러 번 반복해서 외친 후에야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이것으로 그녀는 정신 운동 흥분 또는 지체를 보임을 알 수 있어요.
극 중 저스틴은 엄마에게 '결혼 때문은 아니지만 조금 두렵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겠다'라고 하는데, 그녀의 엄마는 망상은 그만두고 다들 그러니 그냥 참으라며 냉담하게 반응해요.
이것을 통해 우울증 환자들이 주관적 고통이 심하여 스스로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견디기 매우 힘들다고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이 외에도 극 중 저스틴은 여러 가지 돌발행동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것은 개인적 우울증과 결혼식에서의 스트레스가 합쳐지며 표출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어요.
이처럼 영화에서 다뤄진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환자가 있으며, 우울증의 유형 중 한국인이 유독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때로 심각한 우울증상과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 집중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기도 해요.
영화를 만든 감독이 실제 평생 우울증과 불안 장애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신의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이 큰 재난과도 같기에 그것을 지구 멸망이라는 상황과 엮어서 표현해내려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우울증을 다룬 영화지만 사실은 '희망'을 말하고자 하였고, 희망은 '현재형'일뿐이며 멜랑콜리 속에서도 언제든 행복은 선택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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