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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내용 및 후기 : 길버트,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요

by 매일희로움 202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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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심심이입니다. 오늘은 30년 전 개봉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What's Eating Gilbert Grape, 1994)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해요.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현대문학의 고전 <길버트 그레이프>의 저자 피터 헤지스(PETER HEDGES)는, 미국의 각본가이자 영화감독으로 책의 배경이 되는 아이오와 주 웨스트디모인에서 자랐다고 해요. 소설 <길버트 그레이프>는 학생들에게 극작을 가르치던 중 단막극 시범을 보이느라 하룻밤 만에 완성한 <<길버트 그레이프를 따라>>라는 단편에서 비롯되었는데, 나중에 이것을 희곡으로 각색하려던 헤지스가 4년간의 집필 끝에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장편소설로 완성해 낸 것이죠. 이 책은 여러 훌륭한 문학작품에 비견되며 미국 현대소설의 고전 반열에 올랐고 15개국에 번역과 출판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러한 소설을 영화로 만든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영화 '개 같은 내 인생'(My Life As A Dog, 1987)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는데, 그가 미국에 진출한 뒤 두 번째로 연출한 영화인 <길버트 그레이프>는 흔치 않은 조합의 두 명배우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열연까지 더해져 많은 유명세를 타게 되었죠.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는 1978년 아이오와 주의 엔도라라는 한적한 외딴 시골에 사는 그레이프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무감각한 삶을 살아가던 스물네 살 청년 '길버트 그레이프'가 그의 가족과 책임 그리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주제들로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에요. [스포有, 결말 미포함]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등장인물 및 정보」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감독 라세 할스트롬

배우 조니 뎁(길버트 그레이프 역)

        줄리엣 루이스(베키 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어니 그레이프 역)

        다렌 케이츠(보니 그레이프 역)

        로라 해링턴(에이미 그레이프 역)

        메리 케이트 쉘하트(엘렌 그레이프 역) 외

개봉 1994.06.11.

평점 9.17

장르 드라마

국가 미국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배급 (주)엔케이컨텐츠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내용」

 

「'동생 어니는 곧 18번째 생일을 맞는다. 우리 가족은 멋진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이맘때 캠핑족들을 보는 건 우리의 연례의식이다. 항상 떠날 수 있는 그들이 부럽다'」

'아이오와주 엔도라'는 길버트 가족이 사는 곳이죠. '길버트'(조니 뎁 배우)의 말에 의하면 지루한 날들이 계속되는 이곳은 지금까지 변화라곤 전혀 없었고 변할 기미조차 없는 곳이에요. 길버트는 '램슨'이라는 식료품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근처 '푸드랜드'란 대형마트가 생겨서 요즘은 파리만 날리고 있죠. 길버트의 집은 아버지가 직접 지으셨는데 이제는 너무 낡아서 여기저기 손볼 곳이 많아졌어요.

 

길버트의 가족을 소개해보자면, 올해 18살이 되는 지적장애를 지닌 남동생 '어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배우)는 틈만 나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등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자의 반 타의 반 길버트가 어니의 보호자로 동생을 돌보고 있는데 때론 힘에 부칠 때 의사가 10살을 못 넘긴다고 했지만 이제는 어니가 살아남길 바라다가도 어떨 땐 그 반대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그리고 엄마 같은 누나 '에이미'(로라 해링턴 배우)는 모들리에 있는 학교식당에서 일을 하다 불이 나는 바람에 작년에 그만뒀고 집에서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어요. 또 한 명의 여동생 '엘렌'(메리 케이트 쉘하트 배우)은 이제 15살이 됐는데 교정기를 빼더니 부쩍 외모에 관심이 많아져서 조그마한 변화에도 주체를 못 하고 매일 길버트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요. 그리고 형 '래리'는 집을 나간 지 오래되었죠. 마지막으로 엄마 '보니'(다렌 케이츠 배우)는 젊을 땐 엄청 미인이셨는데, 17년 전 아버지가 집에서 목매 자살한 뒤로 엄만 정신없이 살았고 길버트와 형제들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 봐도 초고도비만인 엄마는 7년 동안 한 발짝도 집 밖을 나간 적이 없어요.

 

이 집의 가장 노릇을 하고 있는 길버트는 이미 이러한 삶에 많이 지쳐있으며 가끔 배달 가는 집의 '카버부인'(메리 스틴버겐 배우)과 불륜관계를 맺고 있죠. 그러던 어느 날 길버트는 할머니와 함께 전국을 여행하는 '베키'(줄리엣 루이스 배우)를 만나면서 그의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해요. 베키와 할머니는 캠핑카 여행 중 자동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길버트 동네 주변에 머물게 되었죠. 장애가 있는 동생 어니를 정성으로 돌보는 길버트에게 베키는 호감을 느끼고 길버트도 동시에 베키에게 좋은 감정이 생기면서 둘은 부쩍 가까워져요. 그러나 길버트는 새로운 사랑과 가족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죠. 그리고 자유로운 삶을 살던 베키는, 고장 났던 자동차와 트레일러가 수리되어 할머니와 다른 곳으로 다시 떠나게 되었음을 통보했고 길버트는 그런 베키에 대한 마음이 커져버렸지만 붙잡지 않았어요. 아니 붙잡을 수 없었죠.

베키 : 내가 안 떠났으면 좋겠어요?

길버트 : 아뇨, 가고 싶으면 가야죠.

 

오롯이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답답한 일상에 짓눌려 있던 길버트 앞에, 자유로운 영혼의 베키가 불현듯 나타나 그녀 덕분에 이제 숨통이 좀 트이나 싶었던 것도 잠시.. 이대로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길버트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후기」

 

가장의 역할을 감내해야 했던 '청년 길버트'

극 중 주인공 길버트 그레이프의 삶은 가족에 대한 책임과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에 갇혀 있었죠. 가족을 지원하고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어니를 돌보는 일과 초고도비만에 우울증까지 앓고 있는 어머니 때문에 매일 시한폭탄 같은 생활의 연속이었어요. 자신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묵묵히 희생을 감내해 왔기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길버트는 가끔 자신이 이곳을 훌쩍 떠날 수도 있을까 생각해 보기도 해요. 자유분방한 여인 베키는 그에게 마치 길버트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는 듯 너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상기시키며 선문답같이 아리송한 말들로 길버트가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도록 도와주었어요.

베키 : 원하는 걸 떠오르는 대로 말해봐요.

길버트 : 모든 걸 바꾸고 싶어요. 새집, 가족들이 다 같이 살집, 엄마가 에어로빅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엘렌도 어서 커야 하고 어니의 두뇌를 바꿀 수만 있다면..

베키 : 자신을 위해서 바라는 건 없어요? 당신 자신을 위한 것.

길버트 : 난 그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영화 원제인 "What's Eating Gilbert Grape"는 해석해 보자면 아마 길버트의 삶을 갉아먹는 건 '가족'이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어요. 집에서 자살한 아버지, 초고도비만에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동네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된 어머니, 항상 신경전을 벌이는 사춘기 여동생, 지적장애가 있어 매 순간 케어가 필요한 남동생까지 그리고 그들을 위해 집의 가장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길버트의 상황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는 듯했죠. 꿈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을 20대 청년 길버트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어요. 이러한 길버트의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그의 긍정적인 면으로 볼 수 있지만 개인적인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어요. 또한 길버트는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이 많이 쌓여있는 상태이며 삶의 목적도 찾아볼 수 없어요. 이것은 꽉 막힌 자신의 상황에 갇혀 버려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겠죠.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가족'이라는 이름

길버트의 삶은 어니를 보조하는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지적장애를 앓는 어니는 사회적으로 부적절하거나 위험한 언행을 할 때 옆에서 주의를 시킬 사람이 필요해요. 일할 때는 물론 친구들과 만나거나 베키와의 잠깐의 데이트에도 항상 어니와 함께 해야 했죠. 밥을 먹을 때도 길버트의 시선은 항상 그에게 향해있었어요. 하지만 어니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할 수는 없었고 그런 찰나의 순간에 어니는 종종 대형 사고를 치곤 했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돌봐야 하는 삶이라니 누군가의 희생이 강요된 이러한 관계는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 없어요. 어니가 사고를 쳐도 가족은 아픈 동생을 잘 보살펴야 하지 않겠느냐며 길버트에게 잘못을 물었고 어니를 탓할 수도 없는 길버트는 억울함에 말할 수 없는 울분이 쌓이고 있었어요. 어느새 길버트의 삶은 자신이 아닌 어니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죠. 이러한 상황임에도 초고도비만의 어머니는 제대로 된 부모 역할을 수행할 수 없어 길버트가 부모 역할을 떠안게 되었지만, 아빠의 자살로 충격을 받은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정을 챙기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 그리고 과거 미인이었고 명랑했던 엄마가 그리운 마음이 합쳐져 애증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넌 나의 갑옷 입은 기사님이야. 희미하게 반짝이면서 타오르는" 엄마는 무심한 척했지만 사실 누구보다 가족을 많이 사랑했기 때문에 길버트는 나중에 그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돼요. 이렇듯 어니와 엄마가 길버트로 하여금 자신을 잃어가게 했다면 베키는 그 반대였어요. 메말라가던 길버트의 삶에 물을 주었고 그를 조금씩 살려내 주었죠. 현실에도 존재하는 수많은 길버트 옆에 베키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과연 그들은 어떠한 선택을 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었죠. 이렇듯 가족은 길버트의 삶을 옥죄기도 하지만 결코 끊어버릴 수 없는 사슬과도 같으며 수난과 고통을 함께 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넌지시 말해주었던 것 같아요. 누구나 가족이 있지만 가족의 형태는 저마다 달라요. 인생의 첫 순간부터 함께하는 사람들이며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인연으로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는 존재이기도 해요. 우리는 사랑하다가도 다투고 서로 미워하다가도 용서하죠. 이렇듯 가족에 대한 감정은 굉장히 다양한데,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는 이러한 감정의 폭을 다채롭게 보여주었고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잔잔하게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이미지 :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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