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심심이입니다. 오늘은 2009년 개봉 영화 '김씨 표류기'(Castaway On The Moon)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해요.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연기력을 검증받은 정재영 배우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정려원 배우가 남녀 주인공으로 열연해 주었어요.
<김씨 표류기>라는 제목만 봐선 '모험 영화' 정도로 추측이 되지만, 사실 이 작품은 깊이 들여다보면 개인의 정신적 문제와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죠.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의 세계에 갇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김씨 표류기>는, 몰입도를 높여주는 극의 전개로 지루함 없이 감상하기에 좋았던 것 같아요.
스포有, 결말 미포함
감독 이해준
배우 정재영(남자 김씨 : 김승근 역)
정려원(여자 김씨 : 김정연 역) 외
개봉 2009.05.14.
평점 8.77
관객수 72만 명
등급 12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러닝타임 116분
배급 시네마서비스
인 물
'남자 김씨' (정재영 배우)
실직 후 2억 원가량의 빚을 진
'신용불량자'
빚 독촉 전화를 받아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몰린 남자 주인공
'여자 김씨' (정려원 배우)
얼굴의 상처 때문에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한 뒤
'은둔형 외톨이'가 됨
그녀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길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의 미니홈피를 운영하는 일
내 용
정장 차림의 한 남자가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어요. 그는 2억의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독촉 전화를 받고, 절망적인 상황에 몰린 '남자 김씨'(정재영 배우)에요. 그리고 한강물에 그대로 투신해버려요.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한강의 무인도인 '밤섬'이었고, 사회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그 곳을 남자는 탈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요.
꺼져가는 핸드폰으로 119에 신고도 해보고 지나가는 유람선 탑승객에게 손을 흔들어 보지만, 그의 구조 요청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죠.
그는 마포대교에서 했던 것처럼 다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보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아요. 남자는 '죽는 건 언제라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며 밤섬에서 적응해나가기 시작해요.
그리고 어느새 그는, 서울 한복판이지만 사회와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서 평온함을 느끼며 잠이 들어요.
섬에 버려진 오리 보트로 보금자리도 마련했죠. 심지어 한강 주변을 돌아다니는 관광 크루즈를 보고 처음엔 구조 요청을 했던 그가, 나중엔 도망을 다니기도 해요.
한편 '여자 김씨'(정려원 배우)는, 스스로 방안에 갇힌 채 가족을 포함한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대인기피증 환자예요.
그녀는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사진을 불펌해 합성과 보정을 해요. 그리고 자기 홈페이지에 올리며 과시하는 걸 낙으로 삼는 무의미한 생활을 3년째 하고 있죠.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여자 김씨의 유일한 취미는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는 것인데, 그녀는 어쩌다 한번씩 민방위 훈련 시간 동안 사람이 없는 것을 이용해 창문을 열고 밖을 관찰해요.
그날도 어김없이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어 밖을 보던 중 우연히 밤섬에 표류 중인 '남자 김씨'를 발견했죠. 그 후 여자 김씨는 망원경으로 매일 남자 김씨의 밤섬 생활을 관찰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그와 대화 해보고 싶은 그녀는 용기 내어 외출을 감행하였고 편지를 병에 담아 밤섬 쪽으로 던져 교신을 시도했죠.
한편 남자 김씨는 작살로 낚시도 하고 버려진 페트병을 신발로 만들어 신기도 해요. 처음에 탈출하려 했던 그는 그곳 생활이 점점 길어지면서 사람과 사회, 모든 것에 치이지 않는 섬 생활이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어요.
그리고 섬 수색 중 우연히 짜파게티 봉투 하나를 발견하는데 그 기쁨도 잠시, 봉투 안에는 달랑 스프만 들어있었죠.
그때부터 짜장면을 먹고 싶다는 욕망이 타올랐지만 무인도에서 면을 얻기란 불가능하기에 단념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중 자기 집이라 했던 '오리배'에 새들이 똥을 싸는 걸 보고 좋은 발상이 떠올랐고, 그때부터 열심히 새똥을 모아서 땅에 심기 시작해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중 몇몇 종류의 작물들이 자라나고 결국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농사까지 짓게 되었죠.
그리고 그는 섬을 수색하다가 여자 김씨가 보낸 병 속의 편지를 발견하였고, 그때부터 둘은 지속적으로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해요.
짜장면을 먹기 위한 남자 김씨의 사투를 멀리서 지켜봤던 여자 김씨는, 밤섬으로 짜장면을 배달시켜 주지만 남자 김씨는 이를 거부해요.
스스로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일이 남자 김씨에게는 단순한 음식을 먹기 위함이 아닌, '희망'임을 그녀는 그를 통해 깨달았죠.
그리고 그녀는 3년 만에 어머니를 대면해 옥수수 씨앗을 부탁했으며 자기 방에 기르기 시작해요.
한편 남자 김씨는 열심히 농사지어 기른 작물로 드디어 면을 만들어내었고, 함께 심어놓은 콩과 오이까지 모아 짜파게티 포장지에 있는 것과 거의 흡사하게 만들어요. 남자 김씨는 그렇게 만든 짜장면을 먹다 벅찬 감동의 눈물도 흘렸죠.
그런데 여자 김씨가 남자 김씨와의 교신에 정신을 쏟던 중, 자신의 홈피에 있던 사진들이 도용되었다는 것이 들통나면서 그녀의 어두운 과거까지 밝혀지게 되었어요.
남자 김씨와 교신하며 바깥세상에 조금씩 열어가던 여자 김씨의 마음은 예전처럼 다시 굳게 닫혀버렸죠.
이하 생략
후 기
영화는 사회와 단절된 삶을 택한 남녀 주인공을 내세워, 그들이 왜 사회로부터 스스로 고립된 삶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잘 드러내 주었죠.
빚 독촉의 절망적인 현실을 벗어나려다 밤섬에 홀로 표류한 남자 김씨는, 섬안에서 점점 적응을 해나가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갔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평온함을 느끼기도 해요.
하지만 그 사이 여자 김씨는 자신의 방에서 3년간 나오지 않고 쌓여가는 쓰레기와 통조림 캔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죠.
심지어 여자 김씨는 SNS에서 자신의 모습은 감추고 명품으로 치장한 타인의 사진을 내 세워 다른 자아로 숨기도 해요.
사실 여자 김씨가 자신을 스스로 가두게 된 것은 과거에 받은 상처 때문이에요. 그녀는 그것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겨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죠.
여자 김씨가 겪고 있는 '대인기피증'은 두려움이나 당혹감을 줄 수 있는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 노출될 것이 예상될 때, 그것을 지속적으로 피하려 하거나 이로 인해 즉각적인 불안 반응을 보이는 정신 질환이에요.
따라서 대인기피증이 있는 사람들은, 타인과 만나거나 어울리는 걸 꺼리고 회피하며 스스로가 사회에서 격리되는 것을 원하기도 해요.
그녀는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스스로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선택했는데,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환자들은 기이하고 괴상한 행동을 하며 대인관계 및 사회활동 욕구가 없는 특징을 보이죠.
이들은 지나치게 내향적이며, 정서적 욕구나 감정표현이 둔감하고 무관심하며 타인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려 해요. 이로 인해 친밀한 관계나 집단에 소속되는 것을 즐기지 않고 기피하기도 해요.
영화는 이렇게 각 자의 세계에 고립되어있던 두 남녀가 어느 날 운명처럼 이어졌고, 여자의 무료했던 혼자만의 세상에 남자 김씨가 슬며시 들어왔죠.
그리고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는 병에 담긴 편지와 모래 위에 쓴 글씨로 그들만의 소통을 이어 나가요.
그로 인해 여자 김씨는 마침내 3년 만에 엄마를 마주하며 외출도 하는 등 남자 김씨를 위해 여러 가지 행동에 나서기도 해요.
이렇듯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남녀 주인공의 소통 방법은, 관계와 소통이 인간 삶에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지를 잘 보여 주었죠.
또한 삶의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인 이들에게 손 잡아 줄 그 누군가가 있다면, 아직은 희망이 남아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던 것 같아요.
무거운 주제를 코믹하게 그려내었지만 주인공과 같이 사회에서 밀려나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돌아보게 만들며 많은 여운을 남겨주었죠.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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