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심심이입니다. 이름만 떠올려도 왜인지 마음이 울컥해지는 '엄마'를 소재로 한 영화, <친정엄마>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해요.
영화 '친정엄마'는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엄마 눈에는 품 안의 자식인 딸 '지숙'(박진희 배우)과, 남편의 학대를 버텨내며 조건 없이 자식에게 사랑을 쏟는 '친정엄마'(김해숙 배우)의 이야기를 담아내었어요.
(스포有, 결말 포함)
감독 유성엽
배우 김혜숙(엄마 역)
박진희(지숙 역) 외
개봉 2010.04.22.
평점 9.25
관객수 47만 명
등급 전체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러닝타임 108분
배급 싸이더스 FNH
내 용
어느 날 고향으로 가는 기차에 오른 '지숙'(박진희 배우)은, 고향집에서 '엄마'(김해숙)와 특별한 2박 3일을 보내고 돌아와요.
기차에 오른 지숙의 내레이션으로 장면이 바뀌며 지숙의 어린 시절 회상으로 이어져요. 지숙 고향의 동네 어른들은 “넌 말을 잘하니 커서 버스 안내양이 되어라.”라고 말하던 걸 떠올리며, 자신의 고향 마을이 후미진 곳임을 드러냈죠.
사춘기에 접어든 지숙은 생에 대한 고뇌에 빠지게 되었어요. 초라한 모습으로 학교에 갑자기 찾아온 엄마도 창피했고, 매일 술에 취해 엄마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아버지도 너무나 싫었죠. 지숙은 하루라도 빨리 지긋지긋한 고향을 떠나기를 바라며 그렇게 버티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떡하니 붙은 지숙은 드디어 고향을 떠나게 되었어요. 엄마는 딸이 서울에 있는 대학교의 장학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소식에 그동안 알뜰하게 모아 온 동전 꾸러미와 딸이 즐겨 먹었던 황도캔, 정성스레 쓴 편지들까지 다 모아서 짐을 싸주었죠.
자신의 짧은 배움이 늘 한이었던 엄마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딸을 항상 자랑으로 여기며 오직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었어요. 그동안 엄마를 창피하게 생각했던 지숙도 엄마와 떨어져 살면서 점차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같은 여성으로서 엄마에게 연민도 갖게 되었죠.
지숙은 서울에서 대학시절을 보내고 취업 후 직장생활까지 하루하루 바쁜 삶을 이어오면서, 어느새 엄마를 점점 잊어 갔고 남자 친구까지 생기면서 자신의 일과 사랑에 몰두하기 시작해요.
그렇게 지숙은 엄마의 관심을 귀찮아했고 퉁명스럽게 대하기 시작했어요. 그럼에도 엄마는 개의치 않고 여전히 "우리 아가, 내 새끼"라며 항상 딸에게 애정을 주었죠.
그러던 어느 날 지숙은 사귀던 남자 친구와 결혼약속을 하게 되었고, 남자 친구의 부모님과 상견례 자리에 부모님을 모시게 되었어요. 그런데 남자 친구의 어머니는 면전에 대놓고 지숙을 무시하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쉬이 허락하지 않았죠.
너무나 속상한 지숙의 엄마는, "그 누구보다 똑똑하고 잘난 내 딸. 부모를 잘못 만나서 그런다고 얼마나 미안한 줄 아냐고.."상견례 자리에서 울부짖으며 토로했어요.
하지만 남자 친구와 헤어질 수 없는 딸을 위해, 엄마는 남자 친구의 어머니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허락해달라고 빌었죠. 자식 눈에서 눈물 나면 피눈물을 흘리는 게 부모이듯, 엄마는 그렇게 자식을 위해 자존심을 굽힐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결국 가정을 꾸리게 된 딸이 기특하고 대견하면서도 엄마는 늘 걱정이 되었죠. 지숙이 아이를 낳았을 때도 엄마는 "내 새끼가 더 예쁘고 더 똘똘하다며 니 새끼는 왜 이렇게 안 예쁘냐고." 할 정도로 자신의 딸에 대한 애정이 무한했어요.
지숙의 회상이 끝나고 현재의 여정으로 다시 돌아오면서부터 영화의 본론이 시작돼요. 지숙은 어느 날 문득 고향집으로 내려와 이제 좀 효녀 노릇을 하려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상해 보이는 딸이 엄마는 불안하기만 했죠.
그러나 자신의 상태를 엄마에게 알리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와 죽음을 앞둔 딸 지숙은, 특별한 2박 3일의 여정을 보내게 돼요.
그리고 엄마는 지숙과의 행복한 2박 3일의 여정이 끝날 때쯤, 지숙이 중병에 걸렸으며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결국 딸은 먼저 세상을 떠났고, 그런 딸에게 자신은 멀쩡하게 살아있는 게 원망스러워 빨리 따라가고 싶다고 엄마는 그렇게 말했죠.
후 기
영화 '친정엄마'는 딸 지숙의 성장과 변화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는 것은 엄마의 헌신이었어요.
극 중 늘 우리 딸이 가장 예쁘고 가장 똑똑하다고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 딸을 낳은 것'이라고 엄마는 말해요. 보통은 아들과 편애할 법도 하지만 극 중 엄마는 오히려 딸을 더 치켜세워주고 자랑스러워했죠.
폭력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남편의 학대에도 엄마를 버티게 해준건 딸 지숙이라며, 아빠에게 맞은 날에도 슬퍼하는 딸에게 자신은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 줘요.
그리고 엄마는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자식들이 잘 커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죠.
영화는 헌신적인 엄마와 그런 엄마를 애처로워하는 딸의 사랑과 함께, '가정폭력'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대해서도 다뤄주고 있었어요.
극 중에서 엄마가 겪고 있는 가정폭력은, 말 그대로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으로 아동학대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이죠. 이것은 지속적이며 일상적으로 피해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주고 있어 피해자는 늘 불안과 공포감에 휩싸이게 돼요.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혈연관계 등 밀접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인 만큼 단절이 쉽지 않으며, 피해자는 가족이기에 가해자를 신고하지도, 죄를 묻지도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죠. 그렇게 다시 폭력은 시작되며 이것은 주변에서 나서서 말리기조차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극 중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엄마는 왜 그렇게 늘 참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으며, 폭력으로 물든 자신의 삶이 없어져도 자식 때문에 희생하고 인내하는 삶은 어떨지 마음이 아려오기만 하죠.
자신이 하고 싶은걸 포기하고 자식을 위해 모든 시간을 쏟았던 그분은, 그럼에도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보태주지 못할까 혹여 피해라도 줄까 늘 노심초사해요.
이런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받아칠 때면, "너도 자식 낳아봐."라며 서운해하던 엄마의 마음은 아마 다시 태어나도 헤아리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영화 '친정엄마'는 이처럼 보는 이들이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며 웃기도 울기도 하게 만들며 고통 속에서도 무한한 사랑을 주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그리고 자식은 그런 엄마 또는 부모에게 어떤 존재일지 생각해볼 시간을 주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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