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심심이예요! 아직은 자유롭게 영화관을 갈 수 없으니 며칠 전 TV로 유료 영화를 한편 보았죠. 윤여정 배우가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아 연일 화제인 영화 <미나리>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해요. 배우 브래드 피트가 제작에 참여해 더 큰 관심이 쏠리기도 했죠. 윤여정 배우는 아카데미 수상자로서 상을 받기 전부터 국내외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기도 했어요. 더욱이 지금까지 '미나리'로만 무려 39개의 트로피를 얻었다고 해요. (스포 有)
감독 정이삭
배우 스티븐 연(제이콥 역), 한예리(모니카 역)
윤여정(순자 역), 앨런 김(데이빗 역)
노엘 케이트 조(앤 역), 윌 패튼(폴 역) 외
개봉 2021.03.03
평점 8.32
관객수 100만 명
등급 12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미국
러닝타임 115분
배급 판씨네마㈜
"지금이 최고의 순간인 것 같냐."는 기자가 윤여정 배우에게 던진 질문에, “최고의 순간인지는 모르겠다.”라고 덤덤하게 말했죠. 또 수상소감으로 "이번 시상식이 특별히 고마운 이유는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 사람들이 나를 좋은 배우로 알아봐 줬기 때문”이라며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어요. 올해 75세인 윤여정 배우는 오랫동안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이고 어느 자리에서건 항상 위트와 재치가 넘치죠.
이 외에도 주인공인 스티븐 연 배우와 한예리 배우, 그리고 아역으로 나온 배우들 모두 자신의 역할을 영화에 잘 녹여내어 흡입력도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는 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꿨던 이민사회 가족에 대한 내용으로, 역경 속에서 피어낸 가족애를 잘 보여주었죠.
내용 전개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1983년, 한인 이민 가정인 제이콥의 가족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아칸소주로 이주하여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가장인 '제이콥'(스티븐 연 배우)은 허허벌판 트레일러 하우스 한 채 있는 땅을 사들였고 한국 채소로 직접 농장을 가꾸어 댈러스에 판매할 계획이었죠. 큰돈을 들여야 하는 수맥을 찾는 제안은 거절하고 스스로 우물을 파기도 해요. 농작물을 가꾸기 위해 허름한 외모, 독특한 성격을 지닌 한국전쟁 참전 용사인 '폴'의 도움을 받게 돼요.
제이콥은 가족들에게 무언가 보여주려는 의지와 함께 낙관적이지만 아내인 '모니카'(한예리 배우)는 새로 이주한 곳에 대한 실망과 아들 데이빗(앨런 김 배우)의 심장 문제로 걱정이 끊이지 않죠. 제이콥과 모니카는 캘리포니아에서 하던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게 되고, 잦은 의견 충돌로 둘은 시도 때도 없이 싸워요. 모니카는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고 싶어 하죠.
제이콥 부부가 바쁘게 일을 하는 시간 동안 어린 두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어쩔 수 없이 ‘모니카’의 엄마인 ‘순자’(윤여정 배우)가 미국으로 와서 함께 살게 되었죠. 한국에서부터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 씨 등 바리바리 짐을 담은 외할머니가 온 거예요. 제이콥 부부의 큰 딸 '앤'(노엘 케이트 조 배우)과 아들 '데이빗'(앨런 김 배우)은 영어도 못하며 밤을 입으로 까서 손자에게 주는 등 보통의 할머니 같지 않은 순자를 영 못마땅하게 여겨요. 그럼에도 순자는 그곳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죠.
순자는 자신이 한국에서 가져온 화투를 알려주며 손주인 앤, 데이빗과 친해지기 위해 자신의 방식으로 서서히 다가가요.
어느 날 순자는 앤과 데이빗을 데리고 개울가로 가서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심어요. 미나리가 좋은 식물이기에 잘 자랄 것이라고 얘기해주죠.
그 후 미나리를 심어 놓은 곳에 순자는 데이빗과 함께 다시 가게 돼요. 정말로 미나리는 혼자서 잘 자라고 있었죠. 그때 갑자기 맞은편 나뭇가지에 뱀 한 마리가 나타났고, 데이빗은 놀라며 외할머니 순자에게 위험함을 알려요.
그러나 순자는 이내 제임스에게 "안 보이는 것보다 보이는 게 더 나은 거야, 숨어 있는 게 더 위험한 거야."라고 말해요. 순자의 대사 속에 삶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죠.
데이빗이 혼자 서랍을 열다가 서랍이 떨어지는 바람에 다리에 피가 많이 나요. 순자는 붕대로 데이빗의 발목을 감싸주며 데이빗에게 혼자 서랍을 연 것을 두고 '스트롱맨'이라고 얘기해줘요. 이때부터 순자에게 닫혀있던 데이빗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서로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려던 찰나, 잠투정을 하는 데이빗을 달래며 잠에 들었던 순자에게 다음날 급작스럽게 뇌졸중이 찾아와요. 그로 인해 순자는 신체활동이 제한되고 언어장애까지 생겼죠.
순자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어느 날, 순자를 집에 혼자 놔둔 채 제이콥 부부와 두 아이들은 데이빗의 심장병 치료와 농작물 거래처를 찾기 위해 오클라호마시티에 오게 돼요. 데이빗의 심장 상태가 놀랍도록 좋아졌다는 의사의 반가운 말과 함께 농작물의 새로운 거래처 계약까지 성공하게 되었죠. 하지만 제이콥이 가족보다 농작물에만 치중하는 것에 대해 모니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하며 결국 갈라서기로 해요.
집에 있던 순자는 아픈 몸으로 무언가를 하려다 실수로 농작물 창고에 불이 붙어 창고가 다 타버리게 되죠. 늦게 귀가한 제이콥과 모니카는 위험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농작물을 살리기 위해 옮기는 작업을 하지만, 결국 일궈놓은 농작물들은 다 재가 되었죠. 지금까지 제이콥의 모든 고생이 헛수고가 되어버렸어요.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순자는 넋을 잃고 집 반대방향으로 정처 없이 걸어가요. 그러자 앤과 데이빗이 순자를 쫓아와 집으로 가자고 이끌어요. 결국 순자는 손주들의 손에 이끌려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죠.
인물 및 심리
제이콥 (스티븐 연 배우)
더 잘 살아보려고, 제이콥은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 자신이 무언가 해내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그러나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듯해요. 그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은 제이콥을 극도로 예민한 상태로 만들었고 자신의 뜻을 잘 따라주지 않는 아내 모니카와는 갈등만 생길 뿐이죠.
모니카 (한예리 배우)
자신의 어머니 순자의 갑작스러운 질병과 아이들을 위해서 도심인 캘리포니아주로 다시 돌아가려는 마음이 커요. 그러나 남편 제임스가 자신의 농작물 일구는 데에만 모든 걸 쏟아붓자 그것을 많이 못마땅해하죠.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마음은 계속 캘리포니아에 가고자 하지만, 남편 제임스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걸 깨달아요.
순자 (윤여정 배우)
딸의 부탁으로 얼떨결에 생전 처음 낯선 미국 땅을 밟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보고 싶었던 손주들이 자신을 반기지 않자 실망하게 돼요. 그래도 자신의 방식대로 손주들에게 애정을 주고 보살펴줘요. 그러다 결국 진심은 통하듯 손주들도 마음을 열고 순자에 대한 탐탁지 않았던 마음이 어느새 사라져 버리죠. 갑작스럽게 찾아온 질병으로 신체와 언어에 장애가 생기면서 딸 가족에게 도움이 아닌 오히려 짐만 되는 것 같아 괴로움에 휩싸이게 돼요. 그럼에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뭐라도 해보려 하지만, 실수투성이에 결국엔 집 농작물 창고에 불까지 내버리죠. 넋이 나간채로 하염없이 집 반대방향으로 가던 순자를 앤과 데이빗이 쫒아오며 집으로 가자고 이끌어요. 그런 손주들과 딸 그리고 사위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고마움 등 수많은 감정들이 오갔을 것 같아요.
앤 (노엘 케이트 조 배우)
자신도 아직 보호받아야 할 어린 나이이지만 심장이 안 좋은 남동생을 바쁜 부모님 대신에 돌봐야 했고 쉽지 않지만 불평 없이 잘 해내요. 부모님이 심한 말다툼을 할 때에도, 순자의 급작스런 질병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엄마 모니카를 다독이는 의젓함을 보여주기도 하죠.
데이빗 (앨런 김 배우)
장난꾸러기 철부지 아이지만 심장이 안 좋아 뛰면 안 되는 문제가 있어요. 어디선가 나타난 외할머니스럽지 않은 순자에게 처음에는 거리감을 느끼고 다가가지 않죠. 그런 순자에게 자신의 소변을 건강물이라 속이고 주는 등 미운 짓을 하지만 자신이 다치거나 잠투정을 할 때 순자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서서히 마음을 열게 돼요.
후 기
영화 미나리 속 '아메리칸드림'은 말 그대로 단지 꿈일 뿐인 경우가 많죠.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더 나은 환경을 꿈꾸고 머나먼 땅 미국에 오지만 예상 밖의 많은 어려움과 차별을 겪게 돼요. 영화에서 보이는 이민자로서의 녹록지 않은 삶 또한 극히 일부분일 거예요.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집과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영화에선 차별에 대한 내용이 많이 보이진 않았어요. 그러나 그들이 정착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겪었으리라 예상할 수 있었죠. 차별에 대한 부당함 마저 하소연할 곳 없이 오롯이 견뎌내는 방법밖에 없었을 거예요.
'미나리'는 실제 한국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아칸소주에서 성장한 정이삭 감독의 경험이 많이 담겨 있다고 해요. '미나리'라는 제목 역시 정이삭 감독의 어린 시절 자신의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져온 미나리 씨앗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죠. 정이삭 감독은 다른 채소에 비해 잘 자라며 질긴 생명력과 강한 적응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미나리가 가족 간의 사랑을 의미한다고 했어요. 또한 이민자들 역시 어디서든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죠.
그리고 영화 속 이민자 가족의 역할을 잘 해낸 배우들 역시 몰입감과 함께 재미와 잔잔한 감동까지 선사해주었죠. 특히 윤여정 배우는 개성 강하지만 희생적인 할머니부터 뇌졸중 환자 역할까지 손색없는 연기력을 보여주었어요. 손자 데이빗과의 대화 장면에선 유독 케미가 돋보였죠. 심장 문제로 늘 조심해야 하는 데이빗에게 순자가 '스트롱맨'이라며 힘을 실어주는 부분은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또 실수로 농작물 창고에 불을 내고 넋 놓고 집 반대 방향으로 가던 순자를, 뛰면 안 되는 데이빗이 달려가서 순자를 쫒아가는 모습은 뭉클해지기도 했고요.
그밖에도 영화 속 제이콥과 폴이 농작물을 심는 과정과 배경 모두 시각적 힐링 요소가 되었죠. 임팩트 있는 마무리는 아니었지만 잔잔한 흐름으로 이민자들의 애환을 잘 그려냈던 것 같아요. 가족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도 되었죠. 마지막으로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수상과 함께 작품성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주고 싶은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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