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심심이예요.
얼마 전 집에서 영화를 한편 봤는데요, 올해 초 개봉한 영화로 평점도 괜찮은 것 같아서 선택한 '세 자매' 에요. 검증된 연기자분들이 나와서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어요. 영화의 분위기와 내용은 사실 보는 내내 좀 어둡고 가슴이 먹먹한 느낌이 들었어요. 어린 시절 상처를 입은 세 자매가 어른이 되어서도 고통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예요.(약간의 스포有 )
“내가 미안하다” 항상 괜찮은 척하는 소심 대마왕 첫째 ‘희숙’(김선영 배우분), “언니가 늘 기도하는 거 알지?” 완벽한 척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문소리 배우분), “나는 쓰레기야” 안 취한 척하지만 항상 술에 취해있는 골칫덩어리 셋째 ‘미옥’(장윤주 배우분). 이 세 자매가 아무렇지 않은 척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중 아버지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이게 되고 자신의 부모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었던, 문제적 자매들의 이야기죠.
첫째 희숙은 작은 꽃집을 운영하며 제어가 안 되는 막돼먹은 딸 보미(김가희 배우분)와 함께 살고 있어요.
록 밴드 보컬 병구(박광선 배우분)를 열렬히 따라다니며 희숙이 큰 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어도 무시하며 별 생각이 없을 정도예요. 보미는 마요네즈를 병째로 먹고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물고 자는 모습을 보면 패륜아라기보다 겉은 자랐지만 내면은 아직 유아기에 머무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요. 또 꽃집에서 버는 족족히 안되면 빌려서라도 사업이 망한 후 별거하는 남편에게 상납해요. 그럼에도 그녀는 늘 괜찮은 척하죠.
그런 희숙은 자신감뿐만 아니라 자존감도 아예 없어 보여요. 이래도 저래도 괜찮다며 싫은 소리는 한마디도 안 해요.. 속에만 쌓아둔 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해요. 그 방법을 모른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런 그녀가 항상 주눅이 들고 소심한 모습이 안쓰럽게 보일 정도예요. 그저 의미 없는 웃음으로 때우는 게 전부인 그녀를 보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삶을 지나왔다는 추측이 들 뿐이죠.
둘째 미연은 대형 교회 집사이자 성가대 지휘자로 뼛속 깊이 절실한 기독교 신자예요. 교수 남편과 두 아이를 둔 남들 눈에는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죠.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가족을 이끌어 나가려 해요. 그야말로 두루두루 완벽한 사람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이끄는 성가대원과 남편의 불륜 증거를 잡아내고 현장을 목격한 후, 평탄해 보였던 생활이 꼬여 가죠. 철두철미하고 완벽하게 가려져있던 그녀의 가식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요. 미연은 모든 삶의 희로애락을 투철한 기독교 정신으로 바꾼 듯해요. 그로 인해 그녀의 삶은 억누르며 힘겹게 버티고 살아왔다고 짐작이 되죠.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지만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아빠와 방식은 다르지만 닮아 보이는 미연, 모든 이에게 한없이 상냥하고 온화한 겉모습과는 180도 다른 내면을 지니고 있었죠.
셋째 미옥은 극작가로 심각한 슬럼프에 빠져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해요. 사춘기 반항아 같은 겉모습과 솔직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거친 언행을 일삼는 것이 다반사예요. 둘째 언니 미연에게 술에 취해 시시때때로 전화를 걸어 옛날 얘기와 신세한탄을 해대죠. 이혼경력이 있으며 아들이 하나 있는 돈 많은 야채 유통업 사장님과 결혼했는데, 매일 술에 절어 가족들에게 주사를 부리죠.
미옥은 첫째 희숙과 둘째 미연과는 다르게 그 어떤 것도 담아 두지 않고 모든 걸 표출해요. 그런데 부정적이고 과격하며 타인에게 해를 주는 방식이죠.
영화의 초반부에서 어두운 밤 두 여자아이가 내복 차림으로 집을 급하게 빠져나가 동네 가게로 뛰어가는 장면이 나와요.
세 자매 중 둘째 미연과 셋째 미옥의 어린 시절의 모습인데, 그들이 왜 그 시간에 그렇게 하염없이 뛰어간 건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증을 만들어 내죠.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장면에서는 보는 내내 먹먹하고 울분이 솟아오르게 돼요. 그리고 세 자매들이 그러한 삶을 살게 된 이유와 정상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표출하거나 꾹꾹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요.
아마도 세 자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즉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수 있어요. 충격적이거나 두려운 사건을 당하거나 목격한 후 생기는 정신적인 장애예요. 어린 시절 이유 없는 아버지의 신체적 학대로 세 자매는 씻어낼 수 없는 기억과 경험을 하고 성인이 된 후 잘못된 표출방식과 정상적이지 못한 내면이 형성된 거죠. 영화에선 정작 사과를 해야 할 아버지는 끝끝내 사과의 한마디 조차 꺼내지 않고 사과할 일이 없는 첫째 희숙만이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해요.
영화 <세 자매>는 제목부터 '가족 영화'로 보여요. 세 자매의 치열한 삶을 통해 이 시대의 가족의 모습과 인간상을 보여 주고 있죠. 하지만 이 영화는 깊게 보면 '심리 영화'로 추측돼요.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이야기와, 그들 내면의 감정과 과거 슬픔으로 인한 영향들, 그것들을 견뎌내는 법을 주인공인 세 자매를 통해 각기 다른 형식으로 보여 주고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로 인한 불안을 없애기 위해 '방어기제'를 사용해요. 합리적이고 건강한 방어기제도 있지만 세 자매처럼 억압과 부정 등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방어기제를 쓰며 살아가죠. 괜찮은 척, 아닌 척, 완벽한 척 그렇게 살아가죠.
영화에서 세 자매들이 쓰는 '방어기제'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정폭력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어요. 그 당시 성숙하지 못했던 젊은 아버지의 모습이 만들어 놓은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던 친부로부터 이유 없는 학대로 어린아이들이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지옥 같은 시간들을 보내며 내면 깊은 곳 만들어진 응어리를 풀지도 못한 채 성인이 되어버린 거죠.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그 고통을 온전히 감내해야 했었던 세 자매를 보면 현시대의 많은 이들이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을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영화는 마지막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주지 않고 끝이 났고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다가와버린 세 자매의 슬픔과 고통의 여운이 길게 남아 마음을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보는 내내 무언가 불편하고 답답했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너무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어요.
요즘 여러 매체를 통해 무분별한 아동학대에 대한 기사들과 영상을 접할 수 있는데요, 영화를 통해 심각하고 여전히 풀어내야 할 사안들에 대해 다시금 되짚어 보게 만든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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