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심리학 이야기

영화 '오후 네시' 명대사 및 내용과 후기 : 똑똑똑! 당신의 본성을 깨우는 소리

매일희로움 2024. 11. 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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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심심이입니다. 우리가 보통 '집'이라 함은 안식처의 개념으로 몸과 마음을 편히 쉬게 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이 '집'이라는 곳이 반대로 나를 공포로 이끄는 장소라면 어떨까요? 그래서 오늘은 이러한 내용을 다룬 작품으로 개봉 후 독립 예술 영화 부문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미스터리 영화 '오후 네시'(4 PM, 2024)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해요. 영화는 벨기에 출신의 프랑스의 유명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파리 프르미에르상을 받은 동명 소설을 배경으로 한국식으로 변주한 작품이에요. 또한 영화는 '브뤼쉘 국제판타스틱 영화제'를 비롯해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고 하죠. 이번 영화에서 부부로 만난 배우 오달수와 장영남의 완벽한 케미와 이웃집 남자 역할의 김홍파 배우의 캐릭터를 잘 살린 열연으로 작품성과 몰입도를 높여주었던 것 같아요. 영화 <오후 네시>는, 도시생활을 접고 꿈에 그리던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기대하며 이사 온 부부가 매일 같은 시각에 방문하는 이웃 남자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공포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에요. [스포有, 결말 미포함]

 

영화 「오후 네시」 등장인물 및 정보

영화 오후 네시

 

감독 송정우

배우 오달수(정인 역)

        장영남(현숙 역)

        김홍파(육남 역)

        공재경(새라 역) 외

개봉 2024.10.23.

평점 8.91

관객수 3.2만 명(24.11.07 기준)

장르 드라마

국가 대한민국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

배급사 홀리가든


영화 「오후 네시」 내용

 

대학교수인 주인공 '정인'(오달수 배우)은 퇴임 후 아내 '현숙'(장영남 배우)과 공기 좋고 한적한 곳의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기로 했죠. 현숙 : 이제부터 당신이 해보고 싶은 거 다해봐. 우리 새집에서.

그렇게 정인과 현숙은 설레는 마음으로 새집을 향해 가던 중 캐나다에 있는 정인의 제자 '소정'(민도희 배우)과 통화를 하며 한국에 오게 되면 꼭 이사 가는 집에 놀러 오라고 얘기해요. 마침내 새집에 도착한 정인은 의사 선생님이 산다는 옆집에 인사차 가보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불이 켜질 생각을 하지 않아요. '맞은편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라며 나중에 따뜻한 차 한잔 하자'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옆집 문을 두드리지만 여전히 인기척이 없어 정인은 집으로 돌아와요. 그리고 새집에서 정인 부부는 시계가 오후 4시를 가리키기 직전 차를 마시고 명상 준비를 해요. 그런데 정확히 4시를 알리는 시계 종이 울리자 누군가 문을 두드려 열어보니 옆집에 사는 의사였고 정인은 반갑게 맞이하며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해요. 의사선생의 이름은 '육남'(김홍파 배우)이며 이 동네 산지 20년이 되었다고 했죠. 그런데 왜인지 육남과의 대화 흐름이 자꾸만 끊기고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듯하자 현숙이 과일을 내오겠다고 해요. 그토록 먹먹하고 긴 침묵을 공유해 본 적은 없었다고 정인은 생각했죠. 육남은 정인부부가 묻지 않는 이상 먼저 말하는 법이 없으며 단답형의 대답방식과 침묵으로 일관했어요. 그는 차만 홀짝홀짝 마시다 시계가 정확히 6시를 가리키며 울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입고 안녕히 가라는 정인부부의 말에 대꾸도 생략한 채 자신의 집으로 홀연히 가버려요.

현숙 : 세상에,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구나. 세상에 저렇게 낯가리는 사람 처음 보네.

정인 : 예의상 한번 왔다 갔으니까 이제 그럴 일 없겠지.

다음날 오후, 부부는 차를 마시고 명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시계가 4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또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열어보니 어제 집에 왔던 옆집 의사 육남이었죠. 정인은 이번에도 반갑게 맞아주며 육남의 아내의 안부를 물었고 육남은 "그렇소"와 같이 단답형 대답으로 일관했어요. 정인은 육남의 단답식 대화법을 무너뜨리는 여러 질문을 던져보는데 1시간 동안 이내 침묵만이 흘러요.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내 집에 방문한 손님이니까 정인은 필사적으로 노력했죠. 며칠 후 정인부부는 기분전환 겸 화훼단지에 가서 화분을 잔뜩 사고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며 오랜만에 여유를 즐겨요. 

현숙 : 오늘은 안 오겠지?

정인 : 절대. 걱정하지 마.

하지만 육남은 어김없이 시계가 4시를 알리자 정인의 집 문을 두드렸고 그렇게 세 번째 방문을 하게 되었죠. 그는 매일 오후 네시만 되면 찾아와 아무런 말도 없이 차를 두 시간 동안 마시고 가버리는 행동을 반복했어요. 이제 정인과 현숙은 무섭기 시작해요. 이웃집 육남이 또 방문할까 봐. 그럼에도 정인은 예의를 차리고 육남과 그의 아내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며 준비 시간이 필요하니 4시 말고 7시쯤 와달라고 요청해요. 식사를 약속한 날 오후 4시 종이 울리자 육남은 그 시간에 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약속한 7시가 되자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육남이 '아내'(공재경 배우)와 함께 서있었죠. 하지만 그동안 무례함을 넘어선 그의 태도와 행동에도 예의를 차려 식사 접대까지 하였지만 육남은 끝내 부부를 혼란에 빠뜨리고야 마는데요.. 도시를 떠나 그림과 같은 집에서 행복한 은퇴 생활을 꿈꿨던 정인과 현숙은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영화 「오후 네시」 후기

 

블랙 코미디가 가미된 서스펜스 스릴러

우연히 오후 네시에 관람했던 영화 <오후 네시>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제한된 인물들의 일상이 비틀거리는 이야기를 담아낸 것으로 주인공 정인과 현숙 부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웃집 남자 육남의 행보가 매우 독특하고 꽤나 흥미로웠죠. 오후 4시에 들어왔다가 정확히 6시만 되면 퇴장해 버리니 정인과 현숙 부부는 점점 시계를 쳐다보는 것이 두려워지기까지 해요. 이렇듯 정인 부부를 연기한 배우 오달수와 장영남, 그들을 상대로 미묘한 심리전을 펼치는 수상한 남자 '육남' 역의 김홍파는 연기 내공을 발휘하며 독특한 매력을 펼쳐내 극의 흐름과 전개를 어색하지 않게 해 주었어요. 이와 같이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오후 네시>는, 작품성 있는 소설을 영화화해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블랙 코미디에 심리적 긴장감과 흥미진진한 서스펜스 스릴러가 더해져 디테일한 심리 묘사로 상상을 자극하며 몰입력을 선사해 주었죠. 또한 인간의 심리에 대해 깊게 파고들 수 있는 매끄러운 연출로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해 주었던 것 같아요.

 

인간 내면의 모순과 진지한 자아성찰

영화는 독특한 주제와 설정, 간결한 대화, 흥미진진하고 스릴 있는 전개를 이어가며 미스터리함 속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는 주인공 정인의 변화되는 태도에 주목하게 만들었죠. 이웃집 육남에게 처음에는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던 '정인'이 무례한 이웃 '육남'에 대한 분노보다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함에 대해 한심해하며 답답해하지만 결국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라는 걸 내세우며 자신의 죄책감과 불안을 그럴듯한 말로 정당화하고 있었어요.   

정인 : 그 의사는 남들에게 방해가 되더라도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런 거야.

현숙 : 그놈의 예의, 교양, 배려 아주 성인군자가 나셨네. 

하지만 이렇듯 교양 있고 제자들에게 존경받는 교수이며 배려심이 있는 그도, 점점 인간 내면의 본성을 드러내게 되는데 육남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면서 감춰두었던 이기심과 폭력성을 마주하게돼요.

'자신에 대한 무지의 상태 그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러니 당신도 부디 자신의 무지에 대해 파고들려 하지 마시길.. 그걸 아는 순간 절망과 불행에 휩싸일 테니'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있으며 남에게 보여도 괜찮은 것들을 골라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기 도하죠. 그리고 어느샌가 내가 만든 가면은 진짜 나의 모습이 되어버려요. 육남을 배려하려던 정인은 사실은 이기고 싶었고 육남과의 침묵의 그 시간이 견디기 힘들었지만 자신은 교양 있는 지식인이기 때문에 거절할 수도 화를 낼 수도 없었고 단지 욕구를 억누르고 부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는 철저하게 위선과 거짓의 탈을 쓰고 자신을 속이고 있었죠. 영화는 이와 같이 부정하고 싶은 나의 이질적 감정을 느끼는 주인공 정인의 복잡한 감정과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흥미로움을 갖게 만들며 일상 속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보는 이들에게 긴장감과 공감을 이끌어 주었어요. 또한 인간의 내면과 이중성, 위선과 진지한 성찰을 다루며 '나라면 과연 어떻게 할까'를 질문하게 만들어 보는 이들이 자신과 조우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준 영화였죠. 

 

 

《이미지 :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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