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심심입니다. 우리는 흔히 가족을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잘 모르겠고 때로는 남보다 못한 관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오늘은 이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 '언니 유정'(Sister Yujeong, 2024)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해요. <언니 유정>은 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CGV상'을 수상했으며 단편 <더더더(2022)>, <인사 3팀의 캡슐커피(2018)> 등을 연출했던 정해일 감독의 첫 장편 연출 작품이기도 해요. 영화는 '영아 유기'라는 독특하고 강렬한 소재를 담고 있지만 그 안에 '가족'간의 소통의 부재로 인한 갈등과 관계 회복, 그리고 화해를 위해 진심으로 향해가는 과정을 그려내어 가족과 관계의 본질에 대해 다뤄주었죠. 고등학교 내에서 발생한 영아 유기 사건의 당사자임을 고백한 '기정'과 미성년자인 동생의 출산과 그로 인해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으로 혼란에 빠지게 되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언니 '유정'의 고뇌와 딜레마를 담아낸 작품이에요. [ 스포有, 결말 미포함 ]
영화 「 언니 유정 」 등장인물 및 정보
감독 정해일
배우 박예영(유정 역)
이하은(기정 역)
김이경(희진 역) 외
개봉 2024.12.04.
평점 8.13
관객수 6,093명
장르 드라마 / 가족
국가 대한민국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배급사 (주)스튜디오 하이파이브
영화 「 언니 유정 」 내용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유정'(박예영 배우)은 환자를 돌보고 야간 업무까지 하느라 스트레스와 예민함이 극도에 다다르고 생리를 3개월이나 안 하고 있어요. 그녀의 고모는 가끔 집에 와서 밥을 해주며 챙겨주고 있죠. 유정에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고3 학생으로 이름은 '기정'(이하은 배우)이고 공부도 잘하는데 착하기까지 해요. 유정자매의 부모님은 기정이 아기일 때 돌아가셔서 기정은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요. 엄마의 냄새가 가끔 느껴지긴 하지만 특별히 보고 싶지도 않다고 하죠. 그렇게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기정의 학교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유정은 급히 경찰서로 달려가요. 동생 기정이 '미숙아 유기 사건'의 범인이라 조사를 받고 있다고 했죠.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유정은 너무나 이해할 수 없지만 기정의 학교 선생님들과 형사들에게 자초지종을 전해 들어요.
형사 : 직업이 간호사라면서 동생이 배가 불렀을 텐데 몰랐어요?
유정 : 선생님, 선생님들은 뭐 하셨어요?
그리고 기정의 사건으로 유정은 일하는 병원의 간호팀장에게 연차를 쓰겠다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모님이라도 돌아가셨냐며 그렇게 사정 다 봐주면 여기 환자들은 누가 보냐'는 말뿐이었죠.
거기에 속도 모르고 내뱉는 동료 간호사의 말은 유정을 더 심란하게 만들어요.
동료 간호사 : 자기 혹시 임신했어? 다른 샘이 그러던데..
유정 : 아냐, 임신 안 했어.
동료 간호사 : 자긴 결혼도 안 했고 우리 아이 갖는 것도 순서대로 하기로 했잖아. 이번에 내 차롄데...
그리고 유정은 우연히 기정의 학교 보건실에서 기정과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희진'(김이경 배우)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유정은 그녀를 찾아갔죠. 혹시 기정의 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으면 말 좀 해달라며 기정이가 좋아했었다던 마카롱을 건네요. 그렇게 유정은 희진에게 기정에 대한 탄원서를 부탁했죠.
희진 : 언니는 기정이가 왜 그랬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침묵이 흐른 후, 유정은 나중에라도 혹시 기정의 사건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하라며 희진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줘요. 자리를 떠나며 희진이 유정에게 한마디 하죠.
희진 : 그리고 기정이 단거 별로 안 좋아해요.
그 후 유정은 기정이 조사받고 있는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형사들 말로는 기정이 그동안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죠.
형사 : 기정인 어떤 아이인가요?
유정 : 형사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아이 아니에요. 공부를 잘하는데 착하니까 선생님들이 예뻐하셨어요.
형사는 이렇게 기정이가 계속 입을 다물고 있으면 '유기치사'와 '아동학대'로 처리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이유를 말해야 양형이 될 수 있다고 해요.
다시 희진과 만난 유정은 답답하고 감정이 격양된 나머지 희진의 멱살까지 잡으며 화를 내었죠.
희진 : 누구랑 그랬는지 탄원서가 그렇게 중요해요? 기정이가 왜 그랬는지가 중요하지.
사실 기정은 엄마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부모에 대한 그리고 엄마의 사랑에 대한 큰 결핍이 있었고 언니가 밤에 출근을 하고 나면 밖에서 시간을 때우다 집에 들어갈 정도로 언니를 마주치기 어려워했어요. 기정은 홀로 외로움에 사무쳐 기댈 곳 하나 없이 오롯이 혼자 견디고 이겨내야 했죠. 그런 기정이 고3이 되니까 단지 까칠한 것이라 여길 뿐 기정이 왜 그랬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언니 유정은 이해하려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유정은 사건이 발생 후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기정을 이해하기 시작하는데요.. 기정의 행동 뒤에 감춰진 진심은 무엇이며 언니 유정은 과연 동생 기정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영화 「 언니 유정 」 후기
몰입감을 선사해 준 주연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력
영화 <언니 유정>은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보다 사건을 맞닥뜨린 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인물의 심리상태와 감정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춰 감성적으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죠. 이렇듯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것은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안나> <세작, 매혹된 자들>로 연기력이 입증된 박예영 배우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일찍 여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가장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언니 '유정' 역할을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얼굴로 복잡한 인물의 심리를 절제감 있게 묘사해 내었죠. 자신도 부모의 보호와 사랑이 필요했지만 동생 기정에게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던 유정의 고단한 얼굴은,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과 정서를 전달하기에 충분하였던 것 같아요. 녹록지 않던 직장 생활과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듯한 눈빛,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말투 등 생활연기를 잘 표현해 내었죠. 유정 역할을 이렇듯 완벽히 소화해 낸 박예영 배우는 영화 윤색에 참여하기도 하고 영화 속 내레이션 대본도 직접 작성할 정도의 열정을 드러내 주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주인공 유정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보는 이들에게 감정전달을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한 <모범형사> <악귀>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영아 유기 사건의 인물이자 유정의 동생 '기정' 역할의 이하은 배우 역시, 이번 영화에서 절제된 대사와 입체적인 눈빛으로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여고생 기정을 현실감 있게 연기해 몰입감을 잘 전달해 주었죠.
관계의 빈틈을 파고들어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영화
영화는 단순히 범죄를 다루는 것이 아닌 유정과 기정 두 자매를 통해 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 오해와 화해의 과정을 다루며 가깝고도 먼 가족의 속내를 섬세하게 조명해주고 있었어요. 극 중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해내야 했던 언니 유정은 바쁜 업무로 고3 수험생인 동생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없었지만 착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라고 그저 믿고 있었죠. 그러던 동생이 여고에서 벌어진 영아 유기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이 되고 자수하자 그간의 유정의 믿음은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어요. 용의자로 체포된 동생 기정은 왜 자신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냐는 언니 유정의 말에 "언니가 생각이 안 났어"라며 담담한 말투로 응했죠. 유정과 기정 자매는 어릴 적 부모를 일찍 여의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지만 기정의 영아 유기 사건으로 인해 자매의 멀고 먼 거리감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었어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시간을 때우는 기정에게 희진은 물었죠.
희진 : 너 언니가 그렇게 싫어? 마주치는 것도.
기정 : 아니, 언니 출근하면 들어가는 게 편해.
사건을 맞닥뜨린 후 유정은 동생 기정의 행동과 그 이면에 진심을 이해하려 노력해 보지만 자매 사이 간극과 진실의 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죠. 결국 유정은 자신의 생각과 믿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무력감을 마주하게돼요. 그리고 유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동생인 기정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으며 너무도 무심했음을 알게 되고 기정이 견뎌내야 했던 고통을 점점 이해하게 돼요.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머리가 복잡했던 유정은 기정이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기정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어땠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용기가 부족했던 자신을 용서해 줄 수 있는지 언니는 네가 너무 소중하다"며 기정에게 진심을 담은 편지를 써 내려갔죠.
영화는 이렇듯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표현하고 드러내지 않으면 감정의 전달이 쉽지 않으며 지속적인 관심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넌지시 말해주고 있었어요. 또한 자극적인 소재 일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건을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해 주며 사건의 인과관계와 책임을 파헤치려 들기보다는 그러한 상황을 계기로 가족 간의 관계와 소통에 대해 고민해 볼 수 해 준 웰메이드 영화였던 것 같아요.
《이미지 :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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